전집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무엇일까?
전 집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는 반죽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동그랑땡, 김치전, 파전, 녹두전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반죽을 만드냐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집니다.
그중에서 가장 다양하게 활용되며, 집마다 개성이 강한 반죽은 동그랑땡 반죽입니다.
동그랑땡 반죽은 분쇄육, 두부 등을 주재료로 야채와 양념재료를 혼합해서 만들며, 동그랑땡뿐 아니라 깻잎, 고추, 표고버섯 속에 넣어 다양한 모양의 전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동그랑땡 반죽은 각 집마다 다르지만 분쇄된 고기, 분쇄육과 다진 야채, 양념을 넣어 혼합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거기에 두부나 다른 식재료를 넣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 전집의 경우 두부는 넣지 않고 있습니다.
수많은 과정을 거쳐, 현재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동그랑땡의 배합 비율과 양을 맞추었으며, 맛 또한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깻잎전과 고추전, 고기완자 등 동그랑땡 반죽을 이용한 제품들 모두 많은 사랑받는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는 동그랑땡을 잘 알고 있는가?
하루에 동그랑땡을 200개 이상씩 매일 만들면서, 문득 나는 동그랑땡을 정말 잘 알고 있는가? 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맛있는가에 대해서는 고객의 주관이 관여하기 때문이지만 동그랑땡을 만드는 방식과 재료를 이해하고 있냐 질문을 해보면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게의 반죽레시피는 가족 대대로 구전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레시피에 조금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편리한 방법을 구상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거기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간(염도)을 조절한다거나, 재료의 비율을 바꾸어 지금의 동그랑땡 반죽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매출이 안정화되기도 했고, 혹평이 많지 않아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왜 동그랑땡은 이런 형태여야 될까? 정확히 이 재료를 이용하여 적절한 맛을 내고 있는가? 아니면 더 나은 방식을 알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일단 동그랑땡의 또다른 표준어가 '돈저냐' 인 것도 이 글을 적으면서 알게 되었고, 그것이 돼지의 돈자가 아닌 동전 모양의 돈이라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육원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기타 나무위키나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사전적인 의미는 이 글에서 크게 의미가 없고, 동그랑땡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들과 왜 이렇게 만들고 있냐에 대한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검색해보니 동아사이언스에서 2018년에 동그랑땡과 관련되어 기고된 이야기를 하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동그랑땡과 동태전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전을 부치는지에 대한 이유와 특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쉽게 이야기해 줍니다.
[과학자의 부엌] 생선전&동그랑땡
전 구울 때 가장 이상적인 팬 온도는 120도
전 얘기를 하려고 하니, 어렸을 때 명절 준비를 하는 어머니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생선살과 밀가루 옷이 떨어져나가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왜 어머니처럼 전이 잘 부쳐지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과학자가 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바로 계란 단백질에 답이 있었습니다.요리 재료로써 계란 단백질은 대개 두 가지 일을 합니다. 첫 번째 역할은 다른 재료 속에 들어 있는 염분과 이온결합을 이뤄 짜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두 번째 역할은 단백질 간의 소수성 상호작용과 이온결합으로 나타나는 단백질 엉김(protein aggregation)을 이용해 수분과 다른 재료들을 단단히 붙들어 요리로 완성시키는 ‘결착’이지요.
우선 첫 번째 역할은 라면에 계란을 풀었을 때 평소보다 라면 맛이 덜 짜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계란 단백질은 대부분 음전하를 띠고 있습니다. 반면 소금(NaCl)은 양이온(Na+)과 음이온(Cl-)으로 분리되는데, 양이온이 계란 단백질에 달라붙어 전하를 상쇄시킵니다. 그 덕분에 짠 맛이 줄어듭니다.
두 번째 역할은 생선전을 부칠 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요소가 불의 세기, 즉 온도입니다. 온도가 생선전의 맛과 질감을 좌우하는 이유는 계란에 열을 가했을 때 그 안에 있는 단백질의 구조가 변성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생선살을 감싸고 있는 계란 단백질이 변성과정을 천천히 거치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계란은 노른자와 흰자가 나뉘어 있는데, 각각 복잡하게 얽혀있는 아미노산 사슬들이 둥둥 떠다니는 ‘물주머니’ 같은 구조입니다. 여기에 열을 가하면 단백질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슬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특정 온도가 되면 사슬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그물조직을 이룹니다. 즉, 계란이 단단하게 굳습니다.
계란이 굳기 시작하는 온도는 흰자가 63도, 노른자가 70도입니다. 전을 부칠 때처럼 흰자와 노른자를 섞었을 때는 약 73도에서 굳기 시작합니다. 계란 단백질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오브알부민(ovalbumin)이 80도가 될 때까지 잘 굳지 않아 온도가 높아집니다.
전을 부칠 때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팬에 물을 조금 흘렸을 때 순식간에 동그란 물방울이 되면서 통통 튀는 정도로, 약 120도 안팎입니다. 1분간 지진 다음, 뒤집어서 반대편을 1분 정도 지집니다.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 익히면 표면이 갈색을 띠고 바삭바삭하게 지질 수 있지만 그만큼 빨리 탈 위험이 높습니다.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밀가루 옷에 기름이 너무 많이 스며듭니다.
동그랑땡, 어묵 탱탱한 비결은 소금
그렇다면 생선이나 고구마처럼 하나의 재료가 아닌, 잘게 다진 여러 재료들을 섞어서 부치는 동그랑땡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곱게 간 돼지고기와 파, 마늘, 그리고 간장 등을 넣어 손으로 치대면서 반죽해 보면 재료가 각기 따로 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처럼 뭉쳐놓아도 금세 무너져버립니다. 그런데 이 재료들을 부친 동그랑땡은 어떻게 여러 재료들이 퍼지지 않고 하나로 모여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는 걸까요.
고기 반죽에 간장과 소금을 넣고 주무르듯이 치대면, 반죽이 점점 끈적끈적해집니다. 공 모양이든, 둥글넓적한 모양이든 어떤 모양으로 빚어도 무너지지 않고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고기에는 다양한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그중 글로불린이 소금이나 간장 속 염(NaCl)의 양이온(Na+)과 결합하고, 반죽으로 빠져나와 찰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그랑땡을 만들 때 팁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고기 반죽에 계란을 넣는 것입니다. 그러면 계란 단백질 특유의 끈적거리는 점성으로 단백질끼리 결착하면서 반죽이 더욱 끈끈해집니다. 물론 동그랑땡도 훨씬 단단하고 맛있어집니다.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1411
기존 알고 있는 전을 부치는 방식, 반죽으로 동그랑땡 모양으로 성형을 하고, 밀가루에 굴린 뒤, 계란물을 묻혀 전을 부쳤습니다. 전집을 운영하면서 왜 그래야 되는지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동그랑땡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한 속성뿐만 아니라, 어떤 형식으로 이런 모습이 되는지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재료들이 왜 이런 형태를 띠게 되는지, 반죽이 잘 뭉치게 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한 소소한 팁들은 알고 나니 조금 더 심도 있는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동그랑땡 반죽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지금 가게에서 사용하는 동그랑땡 반죽의 주재료는 돼지고기입니다. 사용되는 재료는 가게마다, 집마다 레시피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저희는 돼지고기와 야채만 사용하지만, 두부를 많이 사용하는 곳도 있고, 단단하게 뭉치기 위해 계란을 섞거나 밀가루 등 전분가루를 첨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되는 재료는 기호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돼지고기, 다짐육(분쇄육)은 어느 집이나 공통으로 사용되는 재료일 것입니다 왜 근데 꼭 돼지고기를 사용할까? 다른 고기를 사용하면 안 될까?라는 의문이 있지만, 이는 가격적인 문제와 접근성의 문제일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알기 위해 조금 더 전문적인 책을 찾아봤습니다.
더 푸드 랩[ (The Food Lab) 더 나은 요리를 위한 주방 과학의 모든 것! ] 이란 책이 있습니다.
고전적인 레시피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담아낸 『더 푸드 랩(The Food Lab)』. MIT 출신 공학도이자 자칭 너드(nerd)이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이자 요리 기고가인 저자는 잘못 알려진 요리 상식에 도전하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그 결과에 따른 레시피를 완성하였다.
라는 책인데, 굉장히 두껍고 (약 1000page 정도) 번역이 잘 되지 않았다는 혹평이 가득하지만, 이 책을 읽고 공부한 셰프와 연구자들이 많을 정도로, 꽤 권위가 있는 책입니다.
물론 서양의 요리를 중점적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재료와 조리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한식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관련 부분을 찾아봤습니다.
495p부터 "분쇄육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파트가 있습니다. 서양에서 분쇄육을 이용하는 요리인 햄버거, 소시지, 미트볼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챕터입니다.
동그랑땡은 형태와 재료를 볼 때 미트볼에 가장 가깝습니다. 그러나 굽는 방식은 햄버거 패티를 굽는 과정과 더 가깝습니다. 또 마트에서 파는 동그랑땡 제품을 보면 소시지가 잘린 형태로 가공된 것처럼 돼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동그랑땡의 주재료는 분쇄육이기 때문에, 분쇄육을 가지고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들과는 형제와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연구한 내용을 참조한다면, 재료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책에는 분쇄육을 다져야 하는 이유부터 분쇄육을 다지는 방법, 보존 처리기술 등 다양한 팁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것들은 차후에 저희 가게 요리에 적용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전에 가장 중요한 반죽에 관련된 지식들을 정리하고 그동안 해왔던 것들에 대한 고찰을 해보았습니다.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이유 역시 소고기나 송아지 고기보다 훨씬 맛이 순하며, 더 기름져 덜 거칠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받아오는 정육점의 고기 분쇄육은 주문하면 냉동된 돼지고기를 직접 갈아주는데, 이것 역시 고기가 끈적하지 않게 갈리기 위함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용기와 칼날까지 차갑게 한다면 조금 더 좋은 상태의 고기를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으니, 나중에 규모가 커쳐 직접 고기를 갈게 된다면 꼭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더 푸드랩에서 알려주는 고기를 잘 가는 팁(TIP)
- 좋은 고기를 사용한다.
- 칼날, 고기, 받침대 등 모든 것을 차갑게 한다.
- 칼날을 날카롭게 한다.
- 모든 것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소시지를 만들 때 가장 필요한 방법이었습니다. 소시지는를 만들때 가장 필요한 세 가지는 살코기와 지방과 소금이었습니다. 아까 위의 기사에서 본 것처럼 소금은 더욱더 고기의 탄력을 살리는 요소이며 반죽의 약 1~2%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지방의 경우 많게는 30%에서 최소 20% 정도는 되어야 입안을 가득 감싸는 풍성함을 준다고 합니다.
저희 가게 동그랑땡의 경우도 돼지고기 분쇄육을 받아올 때 지방도 함께 갈아서 가져옵니다. 처음에는 잘 뭉쳐지기 위해서 가져온 것인데, 사실은 입안 가득 풍미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꽤 옳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금 또는 소금을 머금은 양념을 사용하면, 단백질 일부가 느슨해지면서 근 섬유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분을 간직할 수 있게 됩니다.
결론: 지방과 살코기와 양념을 적절히 섞어주어야 합니다.
소시지의 경우 고기 조각을 소금과 양념하여 재운 뒤에, 고기를 간 다음 뭉칩니다. 동그랑땡 반죽은 먼저 갈아서 반죽을 하는데, 소시지 만드는 공정처럼 한번 테스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그랑땡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방법
탱탱하게 반죽되어 만든 동그랑땡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를 더푸드랩 책에서 찾아봤습니다. 서양에서 많이 먹는 미트볼의 경우 동그랑땡과 형태가 매우 흡사한데, 기존 고기 반죽에서 마늘, 파슬리,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맛과 개성을 가진 미트볼이 탄생합니다.
조리하는 마지막 과정이 소스에 졸이는 것만 제외하면 동그랑땡 반죽에도 다양한 재료를 시도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더 맛있게 동그랑땡을 부치는 방법은 햄버거 패티를 부치는 방법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가장 부드러운 버거를 만들려면 고기를 바로 갈아서 최대한 부드럽게 패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들(불판) 위에 구운 치즈가 녹아들기 좋게 틈이 많은 패티를 만들기 위해 살살 굴려서 패티로 만든 뒤에 집어서 굽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패티를 바로 눌러서 굽는데, 지방이 액화되기 전, 그리들에 센 불로 놔두고 올려 30초 이내로 꾹 세게 누르면 더욱더 육즙이 보존된다고 합니다. 쉑쉑 버거나 스매시버거와 같은 체인점의 경우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또 패티를 만들고 난 뒤 소금을 위에 살짝 뿌려 놔두는데, 소금이 겉 근육 단백질을 녹이고 그 결과 교차결합을 해서 촉촉하고 부드러운 버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맛있게 구워내는 팁(TIP)
- 단단하고 튼튼한 뒤집개를 사용한다.
- 두꺼운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무쇠 프라이팬에 굽는다.
- 일찍 그리고 단단히 누른다.
- 바삭바삭한 부분을 남김없이 다 긁어낸다.
저희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다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알아낸 부분이 책에는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동그랑땡을 팬에 올린 뒤 한번 뒤집어 꾹 눌러주고, 다시 뒤집어 낼 때 아래 남아있는 탄 찌꺼기를 긁어내는 것, 이것이 맛있게 구워내는 팁입니다.
그리고 저희의 경우 5cm 이상의 강철무쇠 그리들을 사용하는데, 이전 얇은 것을 구울 때 보다 훨씬 바삭하게 구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그랑땡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
재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맛있게 구워낼 수 있으면 준비는 끝났습니다. 맛있게 먹는 법만 남았습니다. 사실 맛있게 먹는 것은 고객의 몫이라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케첩처럼 신맛이 나는 소스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분은 스테이크 소스에, 어떤 분은 간장과 양파와 함께 먹습니다.
동그랑땡은 뭐니 뭐니 해도 집에서 어머니가 굽고 있을 때 옆에서 하나 집어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기억됩니다. 그 동그랑땡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성스럽게 빚어낸 마음을 알고 먹는 것이 동그랑땡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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