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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창업

사장님, 고객에게 기대하지 마세요

by 시전상인 2023.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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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게와 음식을 찾아주시는 고객님들께 감사함을 느끼고 장사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객님들에게 사라진 감정이 있습니다.

바로 “기대” 라는 감정인데요. 오늘은 그 사라져버린 기대라는 감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내 정성을 알아줄거라는 기대

매일같이 차가운 고기를 반죽하며 손이 시리고, 동태의 잔가시를 끊임없이 뽑으며, 열심히 재료를 준비합니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재료를 하나하나 부쳐 담아내, 매대에 올리고, 고객들을 기다립니다.
한 손님이 와서 이렇게 담으면 얼마냐고 물어봅니다.

이렇게는 얼마라고 답변을 드리자,
“에이 너무 비싸다. 너무하네.”
라고 말하는 고객님.

하루종일 고생해서 준비한 음식들과 노력들이 폄하되는 것 같아 슬픕니다.
좋은 재료와 정성을 꼭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해주겠지 했던 제 “기대”는 여기서 무너집니다.

물론 어떤 고객님은
“너무 싸다. 이렇게 해서 남는게 있으세요?”
라고 말해주시며 제 기대의 불씨를 다시 되살려 주시기도 하지만,
자주 무너지는 제 정성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기대는 장사 멘탈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정성과 노력에 대해 고객님들이 알아줄거란 기대감을 버렸습니다.
그 대신 좋은 재료를 쓰고 노력하는 것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네이버플레이스에 적어두었습니다.
알아줄거란 기대는 버렸지만, 그래도 티를 안내면 너무 억울하기도 해서, 그 곳에 일기장처럼 메모해두었습니다.

음식이 최고로 맛있었다라는 기대

배민이나 쿠팡 리뷰에 많은 분들이 칭찬리뷰를 달아주십니다. 그 중에서 최고 기분 좋은 리뷰는
“사장님 전이 제일 맛있어요!”
의 맛있다는 리뷰입니다.

정말 기분이 좋고, 정말 저희 가게에서만 음식을 먹을 것 같고, 최고의 맛집이 된 것 같은 기분에 기대감이 상승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평가가 좋은 고객님들 대부분은 모든 가게에 칭찬을 해주시는 칭찬 천사들이셨습니다.

그 분들은 항상 새로운 가게를 찾아 다니시며, 칭찬과 찬사를 아끼지않았습니다.
그 분들이 다시 우리가게에 오는 시간은 정말 오래걸리거나, 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리뷰와 칭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제 우리가게를 제일 맛있어 하셨구나, 우리가게가 최고야라는 기대를 하지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천사분들이 남긴 칭찬을 열심히 스크린샷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게에 대한 칭찬을 막연하게 내가 잘한다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열심히 피드에 박제하여, 새로 유입되믄 고객들에게 신뢰를 쌓는 보조도구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맛에 대한 자부심과 맛때문에 다시오시겠지라는 기대감은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대신 그분들의 찬사와 격려를 마치 연예인들의 사인처럼 걸어놓기로 결심했습니다.

약속을 지킬거라는 기대

고객님들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물론 약속을 지키기 싫어서 지키지 않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일과를 지내다보면 정말 할게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리뷰이벤트를 신청하고, 음식을 받자마자 사진을 찍어야지 라고 마음을 먹지만,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싶거나, 다른 이슈가 생기면 바빠서 딴짓하다가 결국 빈그릇일때 리뷰 이벤트 약속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예약 주문이 많은 편인데, 어떤 고객님은 꼭 음식이 일찍 필요하다며 영업시간 시작 전에 찾으러 오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그 고객분들은 늦게 찾으러 오십니다. 차가 고장나거나, 어떤 사유가 생겨서 말이죠.
그래도 노쇼하는 경우가 없음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고객님들이 꼭 약속을 지킬거라는 기대는 하지않습니다.
그래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가 스트레스 받거나,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정이 저희에게 재화를 지불하는 고객입장에서는 저희에게 조금 더 관용을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고객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때 관용을 요구할때, 조금 더 티를 내기로 했습니다.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고객을 이해하는 것을 티를 내면 고객은 저희 가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리뷰 이벤트를 참여하고 리뷰를 달지않아도 괜찮습니다. 저희의 주문수에 카운팅 되고, 주문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지정된 시간에 일찍 오지 않으셔도, 저희가 문을 조금 더 일찍 열어 잠을 자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기대가 없다면 늦게 온 고객분에게 웃으며 괜찮다고 조심히 오셨냐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얻는 것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게의 이벤트를 걸어놓은 현수막을 보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기대,
야침차게 만든 하이볼을 맛있게 먹어줄 거라는 기대,
새로 오픈한 나의 가게를 찾아와줄 거라는 기대,
오늘 준비한 재료들을 다 사갈거라는 기대,

이러한 기대를 버리면 실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대를 버리면 얻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계속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동력과 객관적인 시야입니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하지 않고, 다른 이벤트와 다른 레시피를 만들어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랬기에 객관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됩니다.

기대라는 단어는 기다림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객에게 기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변화하고 고민하여 실현하기로 했습니다.

고객에게 기대하면 얻는 건 상처뿐이지만, 고민하고 변화하면 얻는 건 아주 많을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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