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네 작은 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점포를 함께 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하루 매출 10-15 만원이던 가게가 현재는 평균 일매출 100만 원에 가까워졌습니다. 코로나, 위드코로나, 앤데믹이 지나간 2년 동안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할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그동안 제가 겪었던 경험과, 다른 전집, 주변 경쟁 업체들의 동향도 살펴보면서 느꼈던 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전집이 포차가 되면 망한다.
전은 생선이나 고기, 채소 따위를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을 한 뒤,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입니다. 음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를 구하기 쉽고, 집에서 종종 조리해 먹는 친근한 메뉴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한 번쯤 집에서 해본 김치전, 부추전 등을 떠올리며 전집을 창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집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요리에 익숙한 중년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에서 다년간 명절 때 전을 부치던 경험, 집에서 간식으로 김치전을 만들던 경험, 그리고 몇 가지 안주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창업을 결심합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 손님으로 붐비는 전 맛집들을 생각하며, 부푼 가슴으로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비교적 월세가 싼 곳에 점포를 얻어 장사를 시작합니다. 맛만 있으면 손님이 온다라는 확신으로 좋은 재료, 깨끗한 기름 그리고 중년이 가진 친절함으로 단단히 무장하여 장사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지인들과 친척들도 다녀가고, 새로운 가게가 생기자마자 오는 손님들, 소위 오픈빨을 받고 어느 정도 장사가 됩니다. 그러나 오픈빨이 끝나고, 비도 오지 않는 평범한 날이 되면 손님이 끊기기 시작합니다. 준비한 재료들은 많이 남았는데, 손님이 오지 않아 폐기하기가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오픈 때부터 가게 사장님의 친절함이 마음에 들어 종종 오던 손님은 파리만 날리는 가게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한 마디씩 합니다. 매콤한 안주, 탕을 해보면 어때요? 여름이면 냉면을 추천하고, 겨울이면 탕이나 호떡 등 전판(그리들)을 이용한 음식들을 더 추가해서 해보라고 권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 새로운 메뉴를 늘려놓으면 손님이 조금 더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되면 마치 무슨 메뉴가 주인인지 모르는 김밥천국과 같은 포차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전집은 비가 오는 날은 찾아서 오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손님을 모객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되는 곳도 있고, 점심 장사를 하는 곳도 있고 매출이 비는 시간을 메꾸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합니다.
어느 정도 매출을 낼 수 있지만, 전문화된 전집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동네의 많은 전집을 보면 메뉴가 다양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가 오는 날 등 특수한 날씨의 영향을 받는 음식이기 때문에 다른 음식에 비해 이름만 들어도 아는 프랜차이즈도 많지 않은 업종이기도 합니다.
저희 가게도 같은 어려움을 겪어, 어머니 혼자서 운영할 때는 거의 포차처럼 운영되었습니다. 단골손님들이 오셔서 해달라는 음식을 해주는 맞춤형 포차가 되었습니다.
전집은 마라톤처럼 운영해야 되는 업종입니다. 전문적인 전집은 매일 일정한 매출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명절 대목 두 번은 확실하게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합니다. 이 날 외 매출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다른 메뉴를 더 만들기보다는 전을 필요로 하는 추가 수요를 찾아내어 공략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다. 그래도 매출이 부담스럽다면 전과 어울리는 한두 가지 메뉴만 추가적으로 만들어, 평소에는 전을 서비스 주는 형태로 자신의 전집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평소에도 쭉 매출이 잘 나오는 매장을 하고 싶다면, 전집보다는 포차, 또는 한식당을 기획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전은 비싼 음식이 아니다.
전은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대중이 자주 찾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냉동, 냉장식품으로도 많이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량으로 만들어내기도 어려울뿐더러 대량으로 찾는 고객들도 많지 않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대표 메뉴인 모둠전만 봐도 적게는 7가지에서 많게는 10가지가 들어가는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2 만원 대를 남으면 비싸다고 인식합니다.
왜 전이란 음식은 대부분 비싸다고 인식을 할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한식의 가격 가치가 낮다는 것에 있습니다. 비싼 한정식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하시겠지만, 김밥을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김밥의 평균 단가는 3000원에서 4000원 정도입니다. 각종 재료가 들어가도 5000원을 넘는 김밥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식당으로 가볼까요? 일식당의 김밥, 후토마끼는 10000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이 매겨져도 소비자는 부담 없이 소비합니다. 물론 일식당의 분위기와 김밥을 파는 김밥천국의 분위기와 입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공정과 비슷한 재료 단가를 봤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침개와 오코노미야끼만 비교해 놓고 봐도 어떤 것을 더 비싸게 주고 사 먹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바로 정답이 나옵니다. 한식은 우리나라의 음식으로, 국내 외식 시장에서는 큰 가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로 동남아의 쌀국수가 1000원인데 우리나라는 10000원인 것처럼 자국의 가치보다 타국의 가치가 더 높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흔히 해 먹을 수 있는 전을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체감상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은 평소에 전을 먹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명절처럼 전이 필요한 특수한 날을 제외하고는 전을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 10위 안에는 당연히 전이 없고, 배달의민족에서 선호하는 음식만 봐도 치킨, 곱창, 피자 등입니다. 빈대떡이 유명한 광장시장의 전집에서도, 육회, 떡볶이, 김밥 등 한국인이 자주 소비하는 음식을 함께 판매합니다. 수요가 없는데,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전집을 하셔도 좋습니다. 실제로 전을 메인으로 하여 높은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는 파인다이닝 점포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 비싼 상권에 젊은 소비층들이 많은 곳입니다. 전집을 하려는 사장님들은 이런 시장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시고 창업을 하셔야 합니다.
3. 그래도 전집을 해야 하는 이유
위에서 전집이 실패하는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는 포차화가 되어서이고 두 번째는 생각보다 높은 인건비, 그러니까 몸을 갈아 넣었지만 제 값을 받을 수 없는 메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전집을 창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자본이 적어 큰 투자가 어려운 분들께 말입니다. 앞으로 전집을 창업해서 잘 될 수 있는 방법들을 경험을 태도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큰 틀에서 추천드리는 이유를 적고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전집은 경쟁업체가 많이 없습니다. 아까는 쉽게 창업한다 그러더니 무슨 헛소리냐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제가 말하는 경쟁업체는 정통 전집이 많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포차화되어 나중에 전이 필요한 상황에 전집이라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원가가 높지 않습니다.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정말 힘든 업종이지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안 힘들고 돈을 벌 수 있는 요식업 분야가 있으면 언제든지 반박을 받겠습니다. 힘든 만큼 가져가는 거지만 수요가 적어 재고관리가 어려울 뿐 사실 전은 굉장히 원가 재료가 낮은 음식입니다. 물론 그래서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명절 대목이 있습니다. 모든 반찬가게나, 시장에서 전을 부치지만 그래도 명절 차례상에 올려야 하는 음식 중 제일 구하기가 어려운 음식 중 하나가 전입니다. 다른 과일은 조금 비싸도 어디에나 있지만, 전은 시기를 놓치면 살 수가 없을 정도로 품귀한 음식입니다. 하루 50만 원도 힘든 매장에서 추석, 설날 전 날 6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가 전 집을 한 이유입니다. 일 년에 두 번 600만 원을 매출을 올린다면 적어도 조그마한 매장에서 1200만 원의 매출이 2일 만에 나온다는 겁니다. 이 때는 우리가 갑이고 손님이 을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풀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전이란 음식은 매력적입니다. 인기가 없는 것 같은데, 또 인기가 있습니다. 우선순위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집을 계속하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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