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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창업

전집을 창업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안내서

by 시전상인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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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음식점 창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식 중 하나인 전과 막걸리 가게를 창업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몇 글자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전집을 창업하게 된 계기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작은 시장에서 5년째 전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 년도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변화를 거쳐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가게가 속해있는 지역구에서 배달의민족 전집 중 주문수 1 위, 야식랭킹 10 위 정도를 유지하며 어느 정도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게의 경우에는 지금 있는 시장에서 2014년부터 구제옷 장사를 했었습니다. 명절 대목 기간에는 구제옷 판매가 저조하여 몇 가지 주방 기기와 집기를 가져다 놓고 전을 팔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19 년 본격적으로 인테리어를 소폭 수정하여 전집을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장사를 시작하고 인지도가 얼마 있지 않을 때가 지나서는 매출이 극과 극을 이루었습니다. 비가 오면 전을 찾아주시는 손님이 너무 많아 재료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이 딸렸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맑은 날에는 전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 매장이 텅텅 비기 일수였습니다. 그래도 시장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제사용이나 간식용으로 종종 사가는 손님들이 있어 매출이 전무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꾸준하게 재료를 소진할 수 없고, 일정한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음식점의 가치가 높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많은 전집 또는 날씨의 영향을 받는 음식을 주력으로 하시는 사장님들께서 같은 고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역시 메뉴를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안 팔릴 때는 가격을 낮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늘 해왔습니다. 이때부터 진정한 전집 창업이 시작되었다는 걸 인식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2. 전이라는 메뉴의 어려움

보통 전은 한식의 한 종류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배달, 매장 식사에서 한식이 가지는 가격의 가치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식 김밥 후토마끼는 이자카야나 일식집에서 만원 대에 판매되지만, 김밥전문점에서의 김밥은 5000원 이내에 판매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집에서 조리가 가능한 한식은 당연히 한국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이라는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명절이나 잔치와 같은 행사에 먹기는 하지만 메인 음식이 아니라 반찬이나 술안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비가 오면 부침개에 막걸리를 먹자는 인식이 많아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긴 하지만,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영업시간에 비를 보는 일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거리제한과 매장 영업시간이 단축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배달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치킨과 피자, 떡볶이, 족발 등 전통적인 배달업계의 주력 상품들의 판매도 늘어났지만, 식상함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은 다른 음식들도 집에서 구매하기를 원하며 다양한 음식점에 배달 주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도 그 혜택을 본 음식 중 하나입니다. 뜨겁고 바삭하게 먹어야 되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제한 때문에 집에서 전을 배달시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여 저희 가게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도록 노력했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명절에 먹는 한식, 전이 아닌 아닌 밤에 출출할 때 먹는 야식으로서의 전이란 음식의 브랜드를 확고히 하고자 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자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저희 가게의 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평균 6개월 주문수 4000 건 이상의 배달주문수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주문수는 평균 10000 건의 잘되는 중국집에 비하면 적어 보이지만, 객단가와 비교적 경쟁업체가 적고 수요가 적은 전이라는 품목으로 볼 때는 아주 높은 숫자입니다.

전이라는 메뉴는 국밥이나 김치찌개류같이 평범한 한식에 비해 수요가 일정하지 않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재료 손질과 조리의 수고로움에 비하여 높은 가격을 책정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정한 수요만 충족이 된다면 다른 메뉴들과 비교하여 원가율이 높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쉽게 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도 많습니다. 손질된 닭 정육이나 족발 등을 바로 수급하기는 어렵지만 전의 메인 재료인 다짐육, 동태 등은 마트나 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창업하시는 분들 중 중장년층이 전집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한 두 번은 조리해 보았던 메뉴기도 하고 익숙한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3. 전집을 창업하고 싶은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음식점 창업은 쉽지 않습니다. 저희 가게도 구제옷 장사를 하면서 일년에 두 번 명절 때 전 장사를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지 않았다면 쉽게 개업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개인이 음식점을 창업하기가 막연하여 이것을 도와주는 프랜차이즈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로 창업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신이 잘하는 음식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개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이라는 음식의 특성상 전문 요리사가 만들어 낸 요리와 일반 가정 주부가 만들어 낸 요리의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기본 재료나 요리 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밀가루와 계란물에 묻혀 구워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요리하는 것처럼 주방을 꾸미고, 잘 나가는 전집의 인테리어를 어느 정도 비슷하게 해서 창업을 합니다. 어느 전집이나 가보면 아시겠지만 매장의 분위기나 주방 시설과 집기 등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몇몇 유명한 전집을 제외하고는 비가 올 때가 아니면 찾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음식점들은 집에서 해 먹을 수 없는 음식 등을 소비하러 가는데, 전집은 집에서 요리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음식을 비싼 돈을 주고 먹어야 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이 집에서 조리를 잘하지 않아 기름이 많이 사용되는 전이라는 음식의 소비가 조금 더 늘어나는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특색 없이 비슷한 메뉴를 내어놓는 전집을 창업한다면,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출에 공백이 생기는 점포가 될 수 있습니다.

 

전집을 창업하고 싶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우선 집에서 먹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구하기 힘든 막걸리를 같이 내어드린다거나, 플레이팅이나 사이드 메뉴를 차별화시킨다거나, 인테리어가 좋다거나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꾸준한 매출과 비가 올 때 많은 수요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시스템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음식점은 창업하기 어렵고 잘 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집 창업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일단 다른 메뉴들보다 경쟁업체들이 적고, 대한민국의 날씨가 점점 더 열대기후로 바뀌면서 비가 오는 날이 늘고 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은 취하고 평소 매출과 차별화에 대한 단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가게를 운영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창업하기 전 기기적인 지식과 운영적인 지식 등 준비하고 알아야할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전집을 창업해 놓고 준비하면 그 뒤는 너무 힘이 듭니다. 전집을 창업하고 싶은 예비 창업자라면 저와 함께 많은 공부를 미리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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