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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창업

요식업은 해봐야만 알 수 있다

by 시전상인 202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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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아서 몰랐던 것들


처음 요식업을 시작하고나서는 음식을 조리하는 것에만 신경썼지, 칼을 갈아야한다거나 하는 부차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칼질조차 서툴다보니, 칼이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구별할 정신이 전혀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칼이 조금 익숙해지면서, 재료가 마음대로 썰리지가 않고, 칼이 잘 밀리지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칼을 새로 사거나, 갈아서 써야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찾는 편리함


인터넷으로 칼 가는 법을 찾아보니 숯돌도 있어야되고, 하나하나 세심히 칼을 숯돌에 치대는 과정이 간단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쿠팡으로 긁기만하면 칼이 갈리는 용품, 일명 칼갈이를 구매해서 그걸로 쉬이 칼을 갈아가며 사용했습니다.

칼이 무뎌진 느낌이 들면 칼갈이를 사용하여 슥슥 긁는 것만으로 큰 불편이 없다가, 어느 순간 정말 이게 칼이 갈리는 건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트 앞에 있는 칼을 갈아주는 업자분께 칼을 맡겼는데 칼갈이를 이용한 것과는 전혀 다른 예리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자주 맡기기는 어려웠으나 주기적으로 맡김을 통해 칼의 기능을 회복했습니다.

해보는 것의 중요함


이렇게 칼에 대한 대함이 익숙해지고, 무뎌질때 쯤 수개월전 조리학원에서 수강한 사시미과정에서 칼을 가는 법을 자세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숯돌의 사용법, 칼갈이의 한계 등 도구 관리에 대한 여러가지 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칼이 갈리는 것이 육안으로 자세히 판별할 수 있거나 하는 부분이 아니라 그런지, 배우고 나서도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고 막연할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배웠으니 한번 갈아보자하고, 쿠팡에서 2만원대의 숯돌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숯돌을 받고, 요란하게 칼을 갈 준비를 했습니다.

숯돌을 물에 담그고, 칼을 잘 갈아보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수도없이 돌려보며 자세를 잡았습니다.

경사각을 맞춰 갈아야한다는데, 손과 눈으로 보이는 각도만으로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가는 주제에 유튜브 고수분들처럼 맨손으로 갈았더니, 철가루에 쓸린건지 손가락에도 상처가 났습니다.

그래도 그냥 갈았습니다. 솔직히 갈렸는지 안갈렸는지 눈으로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추 다 갈아놓고 A4용지를 잘라봤는데, 잘 잘리길래 아 갈리긴 갈렸구나 했습니다.

칼을 갈아놓고 난 뒤 일하는 이모님이 오셔서 해주신 한마디,

“칼 갈아가지고 왔어?”

그동안 어지간히 칼 손질을 안 한 것도 있지만, 정말 갈아지긴 했다는 걸 알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 뒤로 칼을 갈때마다 조금씩 칼이 갈리는게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한참 미숙하지만 무언가 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체험 해봐야만 아는 것들


지금은 어디서든 전문가급 지식을 공유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마스터, 명인, 쉐프들의 수년간 체득한 기술을 우리는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이런 환경때문이지 저는 항상 뭐든지 좀만 찾아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 생각때문에 직접 무언갈 하려고 하지않고, 돈으로 대체하거나 타인에게 부탁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해봐야 안다고 하지만 머리로 이해한 것 역시 해봐야만 더욱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잘하는 것을 더욱더 잘하고 못하는 것들은 맡기는 것이 더 낫다고 하지만 못하는 걸 해보는 체험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해봐야만 아는 것, 알게되는 것.

항상 잘할려고만 하다보니 오히려 무언갈 더 안했던 걸 칼을 갈며 반성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못하는걸 위주로 좀 해보는 습관을 가져봐야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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