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 이모카세에 찾아온 일본 방송국
12월, 일본 도쿄MX 방송에서 저희 불티나이모네전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1월 1일 신년 특집으로, 일본의 오마카세 문화가 한국에 변형하여 정착한 형태인 이모카세에 대해 소개하고 음식의 구성과 손님 인터뷰 등의 촬영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래된 외관에 빨간 앞치마를 입고 구수한 음식을 내어주는 이모카세와는 거리가 먼 불티나이모네전의 이모카세지만, 최근 흑백요리사의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사장님의 인기 덕분에 한복을 입고 운영하는 저희 가게도 그들에게는 이모카세로 각인되기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촬영을 하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이모카세 문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인 견해와 함께 두서없이 정리했습니다.
이모와 오마카세의 합성어 이모카세
‘이모카세’는 정감 있는 한국의 ‘이모‘와 일본의 문화인 ’오마카세‘의 합성어로 트렌디하게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입니다.
이모라는 단어는 뭔가 친근하고, 푸짐하고, 정감있는 느낌을 주는 대명사입니다.
오마카세는 하루의 격무를 끝나고 방문한 손님이 고민 없이 먹을 수 있는 서비스라는 뜻으로 고급스러운 표현과는 거리가 먼 일반적인 용어였으나 한국으로 넘어와서는 고급 코스를 대변하는 명사처럼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이모카세란 단어로 합성되었고, 부담스럽지 않고 푸짐하게 내어받을 수 있는 코스로 인식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문화가 주인장의 성별과 역할에 따라 삼촌카세, 아재카세 등으로, 노포 분위기부터 고급스러운 다이닝 분위기까지 범위와 형태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모카세는 일본 문화 따라 하기?
불티나이모네전의 이모카세는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식재료와 오랫동안 기술을 닦고 운영해 온 모둠전을 중심으로 한 한식 코스요리를 내어주는 컨셉의 업장입니다.
한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이모카세, 카세라는 일본어 느낌이 나는 단어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체용어인 맡김차림, 한정식코스 등 다양한 대체용어를 사용해 본 적도 있지만, 이미 이모카세란 단어가 더 널리 인식되어 있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실제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에서도 이모카세가 맡김차림보다 수백 배 많이 검색됨.)
이는 일반 한식주점이라는 단어보다는 이모카세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조금 더 푸짐하고 다양하고, 특색 있어 보이는 대중들의 기호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중의 이러한 기호는 이모카세뿐만 아니라 이자카야의 형태를 띠고 있는 술집들이 번화가에서 호황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아도 뚜렷이 알 수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한식보다는 일본의 문화가 묻어있는 곳의 소비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노력으로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요식업자의 입장에서도 “김밥”을 팔기보다는 “후토마끼”를 파는 것이 더욱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기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더 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문화를 따라 하기, 왜색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
일본문화가 돈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없는 것이라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일본의 문화, 특히 평범한 일상 속의 문화가 오마카세, 이모카세처럼 국내에서 고급화되는 현상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문화는 항상 비주류가 주류로, 주류가 비주류로 전복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미술사적으로는 비주류이던 피카소의 구성주의가 주류이던 인상주의를 넘어 주류가 되는, 이러한 과정이 꾸준히 반복되었습니다.
음악에서도 흑인 할렘가에서 시작된 힙합이 현재는 세계적인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며 하위문화에서 고급문화로 변모되는 과정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것은 꼭 문화가 발생한 곳에서 변모되지 않고, 나라를 건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과거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이유가 조선의 막사발이 큰 계기 중 하나란 이유로 임진왜란을 도자기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조선에서는 막사발, 막그릇으로 사용되던 일상적인 도기가 일본에서는 이도다완으로 불리며 일본 고급 차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고급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도다완처럼, 일본의 오마카세, 이자카야 유행 등의 문화가 한국에 자리 잡는 것은 왜색, 일본문화 따라 하기가 아닌 일본의 일상적인 문화가 한국에서는 고급문화로 변모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한국에 존재했던 정감 있는 이모의 맡김차림이란 일상적인 문화가 가치를 인정받아 고급문화로 변모하는 과정입니다.
오마카세와 이모, 이 두가지의 문화가 합쳐져 새로운 고급문화로써 자리잡는 과도기에 일본따라하기라고 힐난하기 보다는 어떠한 문화 중 하나가 우리의 손에서 고급화되고 널리 대중화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아보입니다.
지금은 이모카세라는 단어로 불려지고 있지만 일본 따라하기라고 부끄러워하거나, 힐난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단어는 변하는 것이지만 정체성은 고유합니다. 그 정체성이 비주류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바뀌어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모카세가 한국의 문화로 발전되는 지금 이순간, 이도다완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차문화처럼 고급, 주류문화로 남을지 아니면 한때의 유행이 되어 다시 비주류 문화로 사라질지는 각 '카세' 업장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발전되는 과정에서 우리만의 이모카세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말을 찾아 입히는 작업을 함께 병행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모카세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불티나이모네전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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