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가게의 디테일
대학교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약 18여년 동안 돼지막창은 여기다 라고 생각하며 항상 추천하던 곳이 있습니다.
제 모교인 대학교가 위한 공릉역 “이모네 막창”
평일에는 인근 대학생들과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주말에는 인근 주민들과 학교를 추억하는 저 같은 손님들로 늘 오픈 만석이 되는 곳입니다. 최근 방문에도 4시 30분 오픈인데 4시부터 손님들이 꽉차기 시작했네요.
(요즘에는 그래도 오픈런하면 갈만해졌는데.. 예전에는 2시간 전 부터 웨이팅해도 갈까말까였습니다.)
대학교부터 대학원까지 10여년간 학교를 다니며 매일같이 술을 퍼먹을때, 막차로 항상 가던 곳이라 지금도 방문하면 서로 안부를 묻고 그 때 같이 다닌 친구들을 언급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입니다.
이 집은 초벌된 막창을 자리에서 재벌하여 먹는 시스템인데, 항상 이모는 초벌된 막창을 바로 가져다 주시지 않고, 중간에서 가위로 무언갈 하고 계십니다.
손님들은 이미 자리에 꽉 차서 막창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모에게 가위로 무얼 하시냐 물었더니, 이모는 의외의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초벌된 막창의 수평을 맞추고 있어.”
초벌된 막창의 수평을 맞춰야 비슷한 타이밍에 막창의 단면이 고르게 구워지고, 그렇게 구운 막창이 더욱더 바삭해진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물론 통 막창 초벌과정에서 수평을 잡고 자르면 더 좋겠지만,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이 통막창을 수평으로 자르기는 어려워, 최종 서빙전에 사장이모가 한번 더 확인하고 손을 댄다는 것이었습니다.
팬심을 만드는 디테일
자리에 꽉찬 손님들에게 초벌해서 바로 나온 막창을 담아 가져다주면 더욱더 손님들은 빠르게 음식을 먹고 나갈 수 있습니다.
잘라진 막창 잔해들은 생각보다 많고, 오로지 소금구이 막창, 1개 메뉴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막창집에서 저 잔해들이 다른 음식으로 활용되는 것도 불가해 보입니다.
이처럼 막창에 수평을 잡느라 잘라진 잔해들과 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은 따지자면 “원가”와 “회전율”의 손실이 분명합니다.
20여년간 이 손실을 감내하며, 맛있게 익을 막창의 단면과 고객을 위해 20년 동안 한결같이 일요일 하루만 쉬는 사장이모님의 저력과 디테일은 항상 이 곳 막창이 최고라는 자부심과 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방문했는데 하나도 안 늙으시고 건강하시고 여전히 호탕하셔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무언가 꾸준히 하는 것, 그것도 수익과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손실인데도 그것을 감내하고 하는 디테일.
그것이 이 불경기에도 꾸준히 만석을 채우는 가게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연 나에게는 그러한 디테일이 있을까? 생각해보며 글을 적고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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