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역대 최고 홍콩달러환율로 인한 물가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건 방문했던 음식점 모두(유명음식점, 체인점, 고급스시집 등) 배달이 많다는 것과 홍콩거리를 누비는 배달기사(도보라이더 포함)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버이츠로 배달이 활성화되었다라고 들었던 일본 오사카에 방문했을 때는 배달이 많구나라는 체감을 하지는 못했는데 홍콩에서는 수많은 배달기사들이 업장을 방문하여 음식을 찾아가고 길거리에는 음식포장을 들고 다니는 수많은 기사들이 도로를 종횡하고 있는 걸 보니 배달이 정말 활성화되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과연 홍콩의 배달시장은 어떨까?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 라는 궁금증으로 홍콩 배달시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홍콩배달시장의 독과점
홍콩 배달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가장 큰 배달플랫폼 중 하나는 푸드판다(FoodPanda)입니다.
이곳을 보유한 회사는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대한민국 최대 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입니다.
홍콩 주요 배달플랫폼 세 곳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하여 가장 많은 입점가게를 보유하였고, 2023년 초까지는 60프로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여 2위인 딜리버루(Deliveroo)와의 격차를 2배 이상 벌렸습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홍콩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딜리버리히어로, 푸드판다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플랫폼 사용자를 무기 삼아 업장으로 하여금 20-35%이상의 플랫폼 사용 수수료를 부과해 왔습니다.
(이 중 악독한 점은 자신이 아닌 다른 플랫폼과 계약을 할 경우는 30-35% 독점일 경우는 20-25%로 업주들에게 독점계약을 강요해왔습니다. 딜리버루도 마찬가지로 마치 지금 한국의 배민과 쿠팡의 행태를 보는 듯 합니다.)
이로 인해 매장 픽업가격보다 배달가격이 많게는 80%이상 더 높은 가게들도 많았습니다.
이것에 대한 업주들의 비판과 불만은 홍콩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자주 언급 되었습니다.
21년 홍콩 뉴스에는 “음식배달 플랫폼 푸드판다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다.” 라는 제목이 있습니다.
이 뉴스 제목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푸드판다를 배달의민족으로만 바꾸면 24,25년 현재 한국 뉴스에 나오는 기사와 동일합니다.
딜리버리히어로, 배달의민족 운영주인 이 기업은 세계 어디서든 배달플랫폼을 통해 업주와 기사들에게 착취를 일삼고 있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이런 기업임을 알고도 오로지 금전만을 위해 자신들을 딜리버리히어로에게 양도한 것입니다.
홍콩 배달의민족 '푸드판다'의 몰락 '키타'의 등장
하지만 홍콩에서 벌어지는 이 행태를, 중국기업인 메이콴은 이 사태를 그냥 관망하지 않았습니다.
23년 중국식품기업인 메이콴은 홍콩에 키타(Keeta)라는 배달플랫폼을 출시합니다.
1인가구를 위한 세트메뉴, 배달 멤버쉽 폐지, 무료배달 등 과감한 프로모션 도입으로 기존 홍콩 배달시장을 재분배합니다.
뿐만 아니라 입점업체에게 10-12% 수수료를 책정함에 따라 기존 점유사인 푸드판다와 딜리버루에 비해 절반이상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했습니다.
이 걸과 키타는 홍콩 배달시장을 빠르게 점유해나가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푸드판다를 누르고 업계1위가 됩니다.
키타의 높은 점유율로 인해 2024년부터 배달플랫폼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소비자는 이로 인해 더욱더 저렴하게 배달을 시킬 수 있어졌습니다. (실제 홍콩 뉴스기사에 체감 배달물가가 낮다고 함)
한국 배달의민족의 경우 표면상의 수수료는 9.8%지만 실제 판매 건당 배달료, 중개수수료, 정산료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30% 이상으로 푸드판다의 수수료와 비슷합니다. (배달기사들에게 하는 행태 역시 유사합니다.)
업계 2위인 쿠팡도 비슷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배달 시장 규모로만 보면 우리는 홍콩보다 약 10 배이상 높은 12조 원 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이렇게 큰 배달시장인 한국에 배민과 쿠팡 두 기업이 독점하는 행태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우리에게도 키타같은 기업이 등장할까?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업체와 상생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낮은 플랫폼 수수료를 가져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기업 또는 공공기관 서비스의 탄생이 절실합니다.
땡겨요, 공공배달앱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이 행태를 막기 위해서 도전했지만 현재 그 성과는 미비하기 그지없습니다.
대한민국에도 키타와 같은 현재 시장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홍콩배달시장의 10배나 큰 이렇게 큰 시장에 왜 큰 기업들이 새로운 배달 플랫폼에 대한 도전 의지가 낮은 걸까요? 홍콩의 사례만 봐도 점유율을 뒤집을 수 있는 방안은 충분해보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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