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유튜브에서 자영업 관련 콘텐츠나 컨설턴트들의 조언을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본질“입니다.
“마케팅은 껍데기고, 본질이 중요하다.”
“가게가 안 되는 건 본질이 약해서다.”
“당신만의 본질을 찾아라.”
한편으론 맞는 말 같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 추상적입니다.
그 ‘본질’이라는 게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요?
1. 자영업 컨설턴트들은 어느 관점에서 본질을 이야기하는가?
철학에서는 본질을 “사물이 그것일 수 있게 하는 것”, 혹은 “존재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학에서는 오히려 본질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고, 구성되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사르트르는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고 말하며, 인간은 행동하고 선택하면서 스스로 본질을 만들어간다고 말합니다.
자영업 컨설턴트가 말하는 자영업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이는 맛을 본질이라 하고, 어떤이는 점주의 진정성, 또 어떤 이는 브랜딩 철학이라고 말합니다.
잘 보면 대부분 철학적인 관점에서 본질을 바라봅니다. 자영업이 자영업일 수 있게 하는 것, 사업이 사업일 수 있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스피노자가 말한 “본질은 개체가 자기 자신을 지속하려는 힘(conatus)” 자영업을 지속적으로 해내가기 위한 것을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과 관점이 유사합니다.
2. 컨설턴트의 본질과 우리의 본질은 같은가?
처음부터 “우리 가게의 본질은 이거야!”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장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부딪히고, 손님을 만나고, 실패도 해보고,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형성되고 드러나는 것이 바로 ‘내 사업의 본질’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계속 변화하며 스스로 행동하고 선택하면서 본질은 변화하고 만들어진다. 라는 샤르트르의 관점과 일맥상통합니다.
저는 사르트르의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자영업 컨설턴트가 말하는 본질이라는 개념을 들어보면 이 본질의 개념과는 상충되어 보입니다.
그들의 가진 철학적인 본질과 사회적인 본질은 차이가 있고, 자영업 컨설턴트가 자신이 성공했었던 본질은 다른 사람들에게 통용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의 강요히는 본질은 ’본질주의(Essentialism)’화 되어 자영업에 대한 고정된 속성을 부여해 차별과 편견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감성적이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 같은 본질화된 말들처럼 말이죠.
3. 본질은 남에게서 찾을 수 없다.
본질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짜 나의 본질은 현장에서 실험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나의 사업 본질을 찾기 위해선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본질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가게 운영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며, 고객 반응을 관찰하고, 그 실험을 지속 가능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내 가게는 손님과 이웃, 더 나아가 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모든 맥락 속에서, 본질을 다양하게 쌓아가며 확립시켜야 합니다.
내 가게의 본질을 찾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나는 왜 일을 시작샜는지, 고객과 어떤 순간이 가장 좋았는지, 경쟁자와 내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에 꾸준히 답하면서, 내 가게는 ‘본질이 있는 가게’가 아니라 ‘본질을 만들어가는 가게’가 됩니다.
‘본질’이라는 말은 멋있지만, 때론 위험한 말입니다.
특히 정답처럼 들릴수록 더 경계해야 하는 단어입니다.
정해진 본질을 찾기보다,
고객, 공간, 음식, 나의 경험이 서로 얽혀서 만들어내는 실체 없는 실체,그걸 붙잡고 기록하고 개선해나가는 것.
그게 자영업에서 자기자신만의 확고한 본질을 만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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