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주 안 팔아요? 소주가 없어 당황하는 손님"
소주는 아주 대중적인 술이지만 모든 술집에서 팔아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소주를 팔지 않는 술집에 대해서는 많은 갑론을박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소주의 판매 여부에 따라 여러가지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소주는 한국 대중 술 문화의 시작이자, 상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칵테일바나 와인바에 가서 소주를 찾는 건 무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아무리 고급이더라도 이자카야나 선술집, 고깃집에서 소주를 팔지 않으면 뻘쭘해하며 일어난 사연이 많이 들려옵니다.
"우리는 안팔아요. 소주를 안 파는 사장님"
사장님들이 소주를 안파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자신의 가게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이유도 있고, 소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진상이 많다는 선입견을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또 작은 가게의 경우에는 객단가를 위해서 소주가 아닌 조금 더 고가의 술을 많이 구비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주를 안파는 사장님들은 상권이나 타겟등을 신경 써서 정해놓았지만, 소주를 선호하는 대다수의 고객들은 마치 소주를 찾는 사람은 오지도 말라는 거냐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소주를 팔면 정말 정체성이 흔들릴까?"
소주를 팔게되면 고객이 방문하는데 문턱이 낮아짐은 분명합니다. 그 근거로 최근 소주와 맥주를 천 원대에 파는 고깃집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은 주변가게와 비교해 보면 손님들이 더욱더 붐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주는 가격이 저렴하고 마시기가 쉬워서 여러병 마시게 되고, 오래 머무는 손님이 생기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작고 객단가가 높아야 하는 가게들은 소주를 팔 경우 회전율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모든 손님들이 소주를 여러병 마시면 모르겠지만, 한 병만 마시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도 있기에 소주를 팔기가 두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주가 대중적이고 문턱을 낮춰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소주를 팔지 않음으로써 놓치는 고객들도 분명히 많을 것입니다. "아 어차피 우리 손님 아니야."라고 하기에는 최근 불경기로 인해 외식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이를 간과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 와인바나 칵테일바에서도 소주를 가져다 놓거나 구매해올수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수'를 포함한 많은 파인다이닝 식당에서는 소주를 팔지 않습니다. 서울의 작은 이자카야에서도 안주는 저렴하지만 소주는 팔지 않습니다. 이들은 확고한 정체성을 지키고자 소주를 팔지 않는 걸까요?
매출과 생존을 위해 소주를 허용한 많은 가게들이, 소주를 가져다 놓음으로 인해 우리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고민도 깊어지게 됩니다.
"소주는 결국 선택의 문제지만 타협의 여지는 있다"
매출과 생존을 위해 소주를 어쩔 수 없이 팔고 있지만, 소주를 판다고 해서 가게의 정체성이 꼭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압도적으로 요리의 비중이 높거나, 입지의 조건이 좋아서 소주를 팔지 않아도 고급스러운 술을 즐기는 수요자들이 많으면 상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주가 메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님은 하나의 "기준(디폴트)"을 가지게 됩니다.
이 기준을 이용해서 우리 가게의 정체성과 맞는 술의 특징이나 매력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이 요리는 소주와도 잘 어울리지만, 그보다 산미 있는 내추럴 와인과 매치하면 훨씬 더 깔끔해요."
와 같이 익숙한 소주와 비교를 통해 다른 '대안'을 자연스럽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같은 대중소주 위에 약간 더 비싼 증류식 소주나 전통주를 같이 제시한다면 손님은 부담 없는 가격의 새로운 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술을 메뉴별로 페어링을 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추천 표시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손님은 공감 가는 설명을 보고 자연스럽게 소주보다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어 페어링에 명시된 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소주를 마시는 사람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 브랜드로 전환
저희 가게도 그랬지만, 소주를 팔지 않는 대다수의 사장님들의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존중하기보다는 소주를 안 마시고 내 가게의 정체성과 맞는 술을 찾는 손님들에게 포커싱이 되어 있습니다.
소주를 무시하거나 제외하는 게 아니라, 존중은 하지만 우리 가게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오히려 가게의 정체성은 부각되면서도 손님들로 하여금 품격을 높일 수 있습니다.
소주의 선택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술로 색다른 경험을 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그로 인해 우리 가게의 브랜드 정체성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디폴트 도구로써의 소주의 활용.
지금 같은 어려운 불경기에 소주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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